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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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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앎과 삶

  • 조회 : 930
  • 등록일 : 2020-02-27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앎과 삶의 대표사진

강의단상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앎과 삶

김형규 교수(UST-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캠퍼스)

이름은 생소하지만 기계공학, 바이오, 나노, 항공우주공학, 에너지 발전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학문이 있습니다. 바로 트라이볼로지 기술인데요. 이는 접촉하며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개의 면의 마찰·마멸·윤활 문제를 다룹니다. 두 물체가 맞닿을 때 발생하는 응력은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 오기도 하는데요. 그로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트라이볼로지 기술의 역할이죠. UST-KAERI 캠퍼스에는 오로지 이 분야만 30년 간 연구해온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트라이볼로지학회장이기도 한 김형규 교수입니다.

트라이볼로지 분야를 널리 알리고 싶은 새내기 교원

트라이볼로지 기술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밀접한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엔진에 이 기술을 접목해 진동?소음은 줄이고 연비는 향상시킵니다. 인공관절 등 각종 생체재료의 기계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 시 핵연료가 원자로 안을 흐르는 냉각수에 의해 지속적으로 떨리게 되는데, 이것이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연료 설계에 있어 중요한 타깃입니다. 이때 트라이볼로지 기술을 잘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죠.

이렇게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활용되는 기술인데도 이를 가르치는 학교는 많지 않습니다. 김 교수는 손상에 대한 문제에 역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연구하는데요. 다양한 트라이볼로지 분야 중에서도 유독 이 분야를 다루는 학교가 극히 적다고 해요. 그는 이 점이 항상 아쉽고 염려되었습니다. 지식을 먼저 배운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일생의 철학인 그이기에, 지식의 전달자가 점차 사라진다는 것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그는 결심했습니다. UST의 교원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기로요.

“UST에 대해서 늘 관심 있게 지켜보았습니다. UST 학생들의 경우 각 연구원에서 실무 위주의 교육은 충실히 이행되고 있지만, 응용을 위한 기본적인 교과의 교육이 다소 미흡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UST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김 교수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UST 강의를 시작했는데요. 강의명은 ‘트라이볼로지 해석’과 ‘파손해석 및 설계’입니다. 신규 교과목인데다 이 분야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지금까지 세 명이 수강했지요. 그래도 김 교수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트라이볼로지 기술은 일반 산업 기술이 발전할수록 필요성이 더욱 증대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차츰차츰 알려질 게 분명하고요. 지금까지 수강한 UST 학생들에게서 아주 뜨거운 열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개설한 강의에 학생 한 명씩 수강했는데요. 이렇게 강의하는 것이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튜토리얼 하는 것과 유사하더군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매우 유익하고 효과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로서도 이와 같은 강의를 한국에서 하게 되었다는 데에 크게 만족했습니다. 제가 만난 UST 학생들의 열의는 참 대단했어요. 이들을 만난 것은 저에게 복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젊은 과학도, 과학자에게 하고 싶은 말

김 교수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입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기술자립을 위해 온 힘을 쏟았던 199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냈죠. 그는 특히 핵연료를 포함한 원자력 기기의 마멸, 접촉피로 손상과 관련한 해석 및 실험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수와 같은 시간이 지나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들어온 지 30여 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지난날을 뒤돌아보고 지금을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자 합니다. 삶과 앎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젊은 과학도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싶은지요.

실패담이요. (하하) 저도 학위과정을 거쳐 왔지만 결국은 눈높이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학생 입장에서 교수를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를 가르쳐주는 사람 또한 어떤 것을 잘 몰라 헤맬 때가 있었구나, 실수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이렇게 찾았구나’ 라는 것을 알면 그 사람 역시 실수를 줄여가겠죠. 그렇게 자꾸 실수를 없애 나가는 게 공학이 나아가는 방향이 아닌가 싶어요.

김 교수는 ‘전달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머리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전달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원자력의 기술자립을 위해 뛰었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의 일이 특히 그렇다고 해요. 그때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는 단계까지 올라왔는데요. 젊은 세대는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죠.

“그때처럼 부딪히면서 배웠던 것은 또 다른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 것도 전달하고 싶어요. 안타깝게도 직접적인 경험을 주진 못하지만요. 이럴 때 선배가 입 다물고 있으면 그때의 이야기들은 모두 사장되는 거겠죠.”

인터뷰 말미, 김 교수는 중국 송대의 유학자인 주희(朱熹)의 한시(漢詩)를 들려주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부하고 연구하며 조급한 마음을 가질 때마다 ‘기다리는 마음’을 되새기게 해줬던 시라고 합니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젊은 과학도, 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간밤에 봄비 내려 강물이 넘는구나 / 저 큰 군함이 터럭처럼 가벼워졌네 / 지금껏 (배를) 미느라 공연히 고생만 하였구나 / 오늘 홀로 저렇게 두둥실 뜨게 되는 것을

그의 머릿속에는 젊은 과학도와 과학자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합니다. UST 학생 여러분, 김 교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그 안에는 다음 세대에도 꼭 전해야 할 이야기가 별처럼 빛나고 있을 거예요. 소중한 의미가 사장되지 않을, 학문과 학문을 잇고 세대와 세대를 이을 아주 중요한 이야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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